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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블로그

November 17, 2019

정말 오랫동안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아니 업무 중에 작성하는 개발 관련 문서 (가이드, 버그 리포트, 이슈 티켓 등) 를 제외하고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생각이나 기술들을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블로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술자리에서 남기고 온 소주 반 병처럼 마음 속 한 켠에 찜찜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꽤 블로그를 해왔던 것 같은데, 블로그 작성 도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작성한 글들은 뿔뿔히 흩어져버렸다. (외장하드 어딘가에 백업형태로 남아있겠지) 가끔씩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예전에 작성했던 글들을 보게 되는데, 당시 열의를 가지고 작성한 특정 기술에 문제 해결 기술이나 팁들은 기술이나 도구에 발전으로 나조차도 참고할 필요가 없는 쓸모없는 글들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상황이나 생각, 다짐을 적은 글들은 어릴 적 그림일기를 보는 것처럼 나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이게 정말 내가 작성한 글인가 싶을 정도로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더 큰 꿈을 꾸고 있던 과거에 나를 보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내가 왜 블로그를 꾸준히 하지 않았을까? 회사 업무가 바빠서는 말도 안되는 변명일 뿐이고, 귀찮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귀찮음이 아니라, ‘혹시 내가 맞춤법을 틀리진 않았을까?’, ‘내가 적은 정보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라는 걱정에 작성한 글을 맞춤법 검사기에 돌려보고,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더 조사해보는 그 과정이 귀찮았던 것 같다. 나의 지식 수준이 내가 작성한 글로 인해 누군가에게 인식될 거라는 부담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건지…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 정보를, 그냥 나의 생각을 부담없이 적어내려가면 될 터인데, 이 글을 적는 지금도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블로그를 시작하려 한다.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이런 글을 세 네 번은 적었던 것 같은데ㅋㅋ 이제 서른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른 각오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틀리거나, 부족한 지식을 공유해서 남들에게 잘못됐다고 욕먹는 것보다 (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욕먹는게 두려워 지식을 공유하지 않고 잘못된 지식을 옳은 지식이라고 생각하여 살아가는게 더 불쌍한 인생인 것은 분명하기에… 다시 한번 용기내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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